“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외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건강관련 잡지나 뉴스를 통해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듣고 있자니 그리 억지스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취업 스트레스’, ‘토익점수 스트레스’, ‘연애 스트레스’ 등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스트레스는 고질병. 이를 재미있는 동작을 통해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트레스 해소의 ‘키’를 찾은 이가 있다는 소식에 Future 경희가 나섰다. 주인공은 이화진(동서의학대학원 석사과정 및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연구원. 그녀는 얼마 전 ‘TuRo(套路,투로)가 여중생의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에 미치는 효과’ 로 대한 스트레스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단아한 자태로 기자를 반기는 이 씨의 모습은 실험실 보다는 ‘연습실’이 더 어울림 짓한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구원에 들어온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는 그녀는 본래 무용을 전공했단다. “한국무용을 전공하면서 무용, 춤이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적 현상에 대해 깊이 연구했어요. 무용을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실생활에 도입해 무용과 기를 이용한 치료적, 요법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연구를 하게 되었죠.” 이 씨는 논문에서 기공의 원리에 한의학, 경락을 접목시킨 동작을 다뤘다. 여중생 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트레스 감소에 톡톡히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단순한 춤이 아닌 동작 하나하나에 호흡을 불어넣어 기가 흐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며 살짝 귀뜸 하는 그녀.“중고등학생들 보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서 국민체조 동작 하나하나 외워서 너무나 잘 하잖아요. 제가 만든 스트레스 해소 동작법도 대중화되어서 모든 국민들에게 ‘국민 체조’처럼 보급 되는게 꿈이에요.” 수수하기만 했던 이 씨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을 터. 무용학과 출신의 연구원이라는 특이한 이력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았단다. “동서의학대학원에 들어오기 위해 두 번 시험을 보았어요. 한마디로 재수생이었죠. 처음에 낙방하고 나서 포기하지 않고 더욱더 열심히 준비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그런 제 모습을 기특하게 생각해 주신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지도교수인 이혜정 교수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한의학의 과학화, 세계화를 위해서 정말 부단히 노력하시는 분이세요. 2005년에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의 이름으로 과학기술부산하 한국과학재단지정 우수연구센터(SRC)로 선정되어 이번 연구에 많은 액수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것도 교수님 덕분이죠.” 한의학계에서도 우먼파워가 센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제 꿈은 기를 통한 치료요법을 통해 요양원이나 병원 같은 곳에 계신 환자 분들께 희망을 드리는 일이예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부단히 연구를 계속해야죠.” 밝게 웃는 그녀에게서 당찬 의지가 묻어 나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이 씨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까지 몇 번이고 미소 띤 인사를 건넸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너무 행복하다는 이화진 연구원. 그녀의 웃음 속에서 스트레스의 ‘열쇠’ 가 반짝거렸다.
- 김남희 기자 naminami@mediakhu.ac.kr  2006-07-24